천관사지(天官寺地)
김유신 장군이 화랑 시절에 말의 목을 베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 이야기 속의 배경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리려고 하는 천관사지입니다.
김유신과 천관녀의 이야기
삼국통일의 영웅 중에 한 명인 김유신 장군이 화랑 시절에 어느 젊은 기녀를 가까이하여 그 집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 젊은 기녀의 이름이 바로 천관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기녀에 빠져 허튼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 김유신의 어머니인 만명부인이 김유신을 불러 크게 꾸짖자 다시는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간을 흘러 김유신이 술에 취해 말을 타고 오다 잠이 들었는데 그 말이 영특해서 주인이 자주 가던 옛길을 기억해 천관의 집 앞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천관은 반가운 마음에 김유신을 맞으러 나왔지만 잠에서 깬 김유신은 자신의 뜻을 몰라준다며 아끼던 말의 목을 베어버리고 말안장마저 버리고 그 길로 떠나버립니다. 이에 천관은 상심하여 절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향후 삼국통일을 이룬 김유신은 이렇게 세상을 등진 천관을 위해 천관의 집에 사찰을 지어 봉양했는데 이 사찰이 바로 천관사입니다. 지금은 사찰의 모습은 사라지고 사찰 터만 남아있지만 아직 김유신과 천관녀의 이야기는 전해지고 있습니다.
천관사가 정확하게 언제 지어졌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있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고려시대 이공승이 이곳을 지나가다 천관사라는 시를 지었다는 것이 동경잡기에 기록되어 있어 고려시대까지는 천관사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곳이 논이 되어버려서 사찰과 관련된 유적들은 사라지거나 도굴된 상태였으며, 발굴 조사를 할 시기에는 논두렁 이곳저곳에 남아 있던 석탑의 일부와 기와 조각들 그리고 일부 유물들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천관사지에서 볼만한 것으로는 다른 석탑들과는 달리 사각 기단에 팔각형의 탑신이 올라가 있는 형태로 이형탑(二形塔)임을 알 수 있는 천관사지 석탑입니다. 물론 발굴 당시 옥개석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고 상륜부의 보륜으로 추정되는 석물 1매가 발견되었을 뿐 추정으로 복원한 석탑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천관사지는 오랜 기간 논이었던 평야를 복원을 통해 조성해두었으며, 월정교에서 남산 서쪽의 유적지들을 잇는 트레킹 코스인 삼릉가는 길에 위치하여 지나는 길에 둘러보면 좋을 듯합니다. 김유신과 천관녀의 옛이야기를 떠올리며 넓은 평야에서 잠시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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