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왕릉
경주 시내에서 서남쪽 신경주역을 향해 가다 보면 외진 곳에 법흥왕릉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국가기반을 다지기 위해 여러 가지 개혁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가야를 정복하면서 영토 확장에도 열을 올렸으며 불교 전파에도 열심인 왕이었던 법흥왕이 묻힌 곳을 말입니다. 물론 신라 왕들의 무덤 대부분이 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법흥왕릉도 다를 바는 없지만 법흥왕릉이 아니라는 명확한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믿을 수밖에 없는 곳이랍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법흥왕릉에 도달하면 논둑 사이에 자그마한 주차공간이 나오고 그곳에 주차를 하고 언덕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법흥왕릉이 나옵니다. 왜 이렇게 외진 곳에 모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의 언덕길을 산책하기에는 좋은 곳입니다.
고풍스러운 나무들을 따라 길도 잘 정비되어 있고 산새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간간이 들리는 그런 곳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개혁 정책을 통해 나라의 기반을 다진 개혁주의자였던 법흥왕이 사후에는 조용하게 지내시길 원하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신라 제23대 법흥왕
잠깐 법흥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법흥왕은 지증왕의 장남으로 늙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아버지 지증왕을 도와 태자 시절부터 정치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짐작되며, 514년 7월에 왕위에 오른 법흥왕은 국가 기반 확립을 위한 개혁을 단행합니다. 우선 병부를 설치하여 국방 및 병력 행정 체계를 일원화하고 관리들의 관복을 제정하여 등급을 표시하게 했으며 상대등이라는 직위를 신설하고 국사를 총괄하게 하는 재상정치 시대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토 확장에도 힘을 쏟아 가야를 신라에 병합시키기도 했습니다. 또한 불교를 공인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이차돈의 순교를 통해 불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시행하였습니다. 이렇게 법흥왕은 '법을 흥하게 하다'라는 그의 묘호에 적힌 것처럼 불교에 매우 심취한 왕이었습니다. 이렇게 인정된 불교는 추후 국가 기반 종교로 왕권 통치나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고즈넉한 언덕길을 올라 법흥왕릉에 오르면 여느 왕릉과 동일하게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봉분 주위에는 무덤의 둘레돌을 받쳤던 연석의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봉분만 거의 남아 우뚝 솟아있으며 신라 최초로 산지에 모신 왕이라 무덤 주위를 돌로 쌓아둔 모습이나 물길을 만들어둔 것이 다른 왕릉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경주 여행에 있어 독특한 재미를 하나 뽑으라면 이렇게 왕릉 주변에 앉아 고즈넉함을 즐기는 것도 포함되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왕릉의 경우는 어렵겠지만 이렇게 고즈넉한 법흥왕릉과 같은 곳은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재미도 쏠쏠하니 말입니다. 천년을 넘게 이어온 왕릉과 주변 풍경들이 묘한 분위기도 느껴지게 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천년이 넘게 지내온 전경이 주는 힐링이 아닌가 싶습니다.
법흥왕릉은 흔히 말하는 인기 있는 관광지이거나 명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언덕길을 따라 산책도 하고 법흥왕릉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니 여유가 되신다면 들러보시면 좋은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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