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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씨네마

여성 감독이 풀어낸 거친 남성(?) 영화 파워 오브 도그

 

파워 오브 도그

 

 
파워 오브 도그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너딕트 컴버배치)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가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평점
6.9 (2021.11.17 개봉)
감독
제인 캠피온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 맥피, 토마신 맥켄지, 키스 캐러딘, 프란시스 콘로이

 

파워 오브 도그라는 이상한 제목의 이 영화를 기다리고 보게 된 이유는 베네딕크 컴버배치가 열연을 했다는 이유 하나였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베네딕크 컴버배치의 연기에도 빠져 들었지만 감독인 제인 캠피온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비슷한 톤을 유지하면서 장면의 세세한 면들을 신경 쓰고 잡아낸 듯한 노력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과연 감독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해서 인터뷰들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제인 캠피온은 우연히 읽게 된 토머스 새비지의 파워 오브 도그는 자신의 감정에 여러 가지 형태로 각인이 되면서 책을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여성인 자신이 남성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내용상 자신의 경험들이 어쩜 영화의 장면으로 담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어릴 적 자신의 집에서 지내던 악랄한 유모가 자신에게 한 행동과 부모님께 거짓으로 알리던 모습이 필과 로스 모자의 관계에 투영되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럼 제가 본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포함)

 

1925년 농장을 운영하며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필(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조지(제시 플레먼스) 형제는 어느 날 과부인 로즈(커스틴 던스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되고, 농장에서 거친 일을 하는 필은 로즈의 여성스러운 아들 피터(코디 스밋 맥피)가 못마땅하여 악담과 함께 조롱을 하고 돌아온다. 하지만 조지는 연약해 보이는 로즈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고 그녀를 찾고 결국 청혼까지 하게 된다. 필은 이 모자가 자신들의 재산을 노리고 동생인 조지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고 사사건건 모자를 괴롭히게 되면서 영화는 전개됩니다.

 

이렇게 낯선 존재에 앞니를 들어내고 으르렁거리는 개처럼 필이 로즈 모자에 대해 경계심과 위협을 가하게 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결국 향후 필이 왜 낯선 존재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특히 자신의 집에 들이기 싫어했는지가 밝혀지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영화 후반분에 피터가 성경의 시편 22장 20절을 읽으면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구절이 소개되는데 이 구절 속 한 문구가 바로 책의 제목이자 영화를 제목이 되는데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Deliver my soul from the sword, my darling from the power of the dog

 

이 문구를 보면 필과 피터의 관계가 어떻게 맺음을 할지 바로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필이 왜 그렇게 자신의 영역 안으로 낯선 존재인 로즈 모자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는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필은 무뚝뚝하고 거친 말과 행동을 하지만 속으로는 아주 연약한 존재입니다. 연인의 죽음으로 대자연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한 채 겉으로는 아주 강한 척 살아가는 인물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당시에는 사회에서 손가락질받는 동성애자입니다. 그래서 연인의 죽음은 다시 사랑하기 힘들어진 상황인 자신의 연약한 면을 누구에게도 들통나지 않기 위해 더 강한 척하면 살아가는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렇게 자신이 만들어놓은 벽 안으로 피터가 조금씩 들어오고 연민과 애정을 갖게 되지만 , 피터는 아이러니하게 그런 필에게 자신의 어머니인 로즈를 괴롭힌 것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접근을 한 것입니다.

 

 

내가 뽑은 장면

 

필이 피터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어 가게되면서 직접 피터에게 말을 타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피터에게서 죽은 연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피터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털어놓자 연민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피터는 이렇게 같이 말을 타면서 죽은 소의 시체와 통나무 무더기에서 토끼를 잡다가 오른손에 상처를 입은 필을 보면서 복수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어쩌면 같은 곳에 앉아서 다른 곳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는 모습이 영화에 묘한 긴장감을 가져다주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밧줄을 꼬던 필은 피터의 계획대로 밧줄에 묻은 죽은 소의 탄저균에 노출되어 생을 다하게 됩니다. 이제 자신이 그렇게 경계하며 싫어했던 로즈 모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마음을 갖기 시작하면 한 줄로 밧줄을 꼬던 필이 말입니다.

 

 

파워 오브 도그는 영화를 보는내내 필과 로즈의 대립을 어둠 속에서 바라보는 피터의 모습을 끓이지 않는 긴장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필과 로즈 역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커스틴 던스트의 눈부신 연기도 볼만하고 대자연 속에서 뭔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긴장감 넘치게 담아낸 감독의 연출도 뛰어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파워 오브 도그는 제94회 아카데미 감독상,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은사자상 등 다양한 영화관련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그리고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파워 오브 도그는 거칠고 삭막한 서부시대를 살아가야 하던 한 동성애자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한 모습을 여성 감독의 섬세한 터치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잘 표현한 것 같으며,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은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 파워 오브 도그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