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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씨네마

<힐링영화 추천> 해안가 마을에서 펼쳐지는 휴식같은 영화 안경

 

 
안경
꾸벅꾸벅 졸고 있는 봄의 바다, 그곳에서 자유를 만난다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픈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는 어느 날 남쪽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맘씨 좋은 민박집 주인 유지와 매년 찾아오는 수수께끼 빙수 아줌마 사쿠라(모타이 마사코), 시도 때도 없이 민박집에 들르는 생물 선생님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를 만나게 되고, 타에코는 그들의 색다른 행동에 무척 당황하게 된다. 아침마다 바닷가에 모여 기이한 체조를 하는가 하면 특별한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이 이상하기만 한 타에코. 그곳 사람들에게 질린 타에코는 결국 참지 못하고 민박집을 바꾸기로 하는데….

 

평점
8.0 (2007.11.29 개봉)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미츠이시 켄, 모타이 마사코, 야쿠시마루 히로코, 타치바나 유키코

 

휴식 같은 힐링 영화 안경

 

 

영화 안경은 우리에게 카모메식당으로 잘 알려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입니다. 카모메식당이 먼 이국땅인 핀란드의 식당이라는 공간에서 일본 여성들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일상을 잔잔하게 담은 영화라면 안경은 일본 오키나와 북쪽의 자그마한 섬에서 자신을 고립시키기 위해 찾아온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섬에서 미묘한 심정의 변화를 담은 잔잔한 영화입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들이 전형적인 일본 슬로우 무비처럼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맥스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라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뭔가 마음속에 남아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살며시 사라지는 즉 힐링되는 영화라는 점에서 찾아보면 좋은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줄거리 요약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조용한 곳을 찾아 바닷가 조용한 마을을 찾은 타에코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그려진 약도 한 장을 들고 민박집을 들어서게 됩니다. 마음씨 좋은 민박집주인의 환대를 받지만 뭔가 도심의 서비스와는 다른 민박집이 이상하기도 하고 내심 불편합니다. 가방을 옮겨주겠다던 민박집주인은 감감무소식이고 아침 일찍 불쑥 방을 찾아오는 수상한 아주머니 사쿠라 그리고 아침마다 바닷가에서 모여 이상한 체조를 하는 사람들이 도심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낯설고 불편함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결국 타에코는 이곳 마을에 다른 숙소로 옮겨보려 하지만 그곳은 일을 해야 하는 숙소라 다시 처음 민박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러면서 마음을 열고 차츰 자신이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게 되고 조용한 마을에 젖어들게 되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이 영화는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맥스보다는 주인공인 타에코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보물단지처럼 가지고 다니던 커다란 여행가방을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올 때 길에 두고 오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내내 커다란 여행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여주지 않지만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던 여행가방을 길에 두고 수상한 아주머니 사쿠라의 자전거에 몸만 실어서 돌아옵니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어쩜 집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자그마한 섬마을에서 생활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안경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어쩜 이것도 자신의 삶에서 세상을 볼 때 불필요하게 자세하게 아님 필터를 통해 세상을 왜곡되게 보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을 의미하느게 아닌가 싶습니다. 때론 그냥 흐리게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닌지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안경을 민박집주인이 찾게 되는 것은 주인공인 타에코가 다시 이곳 섬마을로 돌아온다는 암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영화 안경은 바쁜 일상에서 찌든 때론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보면 좋을지에 대해 해안가 마을을 배경으로 차분하게 녹여두고 있습니다. 감독의 강요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타에코가 섬마을에 작은 공동체에 젖어들듯이 관객도 조금씩 젖어들 수 있게 말입니다. 

 


 

영화 안경은 카모메식당을 좋아했던 분이라면 카모메식당과 비교해보면 좋은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힐링이라는 소재에서 동일선상에서 이어지니 말입니다. 그리고 카모메 식당에서 식당 주인과 손님으로 와서 공동체에 합류하는 여주인공들이 이번에는 반대로 민박집을 찾아오는 손님과 수상한 아줌마로 나오는 것도 재미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오키나와 북쪽 23km 떨어진 작은 섬인 요론지마이며 이 영화 덕분에 안경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합니다.